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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우연치고는 너무나 필연적인 "왕님." 내가 지금 너를 부른다면, 너는 나를 기억할까. 츠키시마 케이×카게야마 토비오'완벽한순간' 타고 있는 시내버스의 내부는 소란스러웠다. 츠키시마는 헤드폰을 올려 귀를 덮었다. 시끄러운 것은 여전했지만 큰 소음은 어느정도 막아주는 것 같았다. 한 손을 들어올려 턱을 괸 후 팔꿈치를 창 난간에 얹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버스 옆을 빠르게 흘러가는 간판들과 사람들을 멍하게 지켜보는데,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웅 거리는 진동소리가 헤드폰과 빗방울 소리에 먹혀들어갔다. 반대편 손이 주머니에 없었다면 휴대폰이 울었는지도 모를 뻔 했다. 상태바에 뜬 작은 편지 이모티콘을 보고, 츠키시마는 자신이 아직도 앱을 지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알림을 오른쪽으로 밀어 지웠다. .. 더보기
텅 빈 왕관 신발 끝에 다가와 부딪힌 공이 어디론가 굴러갔다. 공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무릎을 짚고 서 있는 카게야마가 보였다. 이마 위에 고인 땀을 닦아내며 몸을 세운 그가 츠키시마의 앞까지 성큼 걸어왔다. 카게야마는 손을 내밀었다. 츠키시마가 그의 손을 잡고 걸음을 떼자 코트 위의 열기가 뜨겁게 쏟아졌다. 동시에 관중들의 환호, 팀원들의 목소리, 바닥과 신발이 마찰하는 모든 소리도 익숙하게 들려왔다. "츠키시마, 부탁한다." 바뀐 로테이션에 카게야마와 츠키시마가 전위로 나왔다. 카게야마는 시선을 네트의 건너편에 고정한 채 말했다. "나야말로, 왕님." 츠키시마는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 팀과 상대 팀을 응원하는 팀원들도 존재하지 않았다. 휘슬이 울리고 카게야마는 아주 당연.. 더보기
궤도상의 인공위성 오사카에서 태어나 퇴직 후 미야기현에 정착한지 오 년이 되어가는 후지노는 자신의 카페에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표면이 울퉁불퉁 해지고 있는 화분을 들여놓는 것을 깜박한 채 카운터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청량한 빗소리가 느릿한 재즈의 선율과 어울러져 있었고 오븐에서 당근케이크가 부풀어가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녀는 손님들에게 취미로 만드는 자신의 케이크를 한 조각씩 주곤 했는데 오늘은 조금 전에 나란히 들어온 학생들에게 줄 생각이었다. 문이 열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 교복을 차려 입은 훤칠한 키의 두 학생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맑은 날이었으면 햇볕이 잘 들었을 창가자리에 나란히 앉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의 평화가 깨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오븐의 타이머가 경쾌한 알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