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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쓰는 동화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에게 딸기를 먹여주는 이 시간이 배구를 하는 시간만큼 좋았다. 카게야마가 생각하기에 츠키시마는 모든지 자기보다 뛰어났다. 어린이집에서 인기도 많았고 밥도 흘리면서 먹지 않았고 반찬투정도 하지 않았다. 카게야마가 싫어하는 익힌 당근이 나오면 츠키시마가 대신 먹어주었고, 신발 끈이 풀리면 나비모양으로 예쁘게 묶어주었다. 그런 의젓한 츠키시마가 자기 옆에 얌전히 앉아 딸기를 받아먹는 것을 보면, 츠키시마도 꼭 저처럼 자기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카게야마가 츠키시마를 챙겨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카게야마는 지치지도 않고 깔끔하게 딸기 꼭지를 따서 츠키시마를 먹였다. 깔끔을 떠느라 츠키시마는 한 입에 먹는 법이 없었다. 두 번씩 베어 먹어 손이 여러 번 갔지만 그래도 좋았다. .. 더보기
완벽한 순간 완벽한 순간 그 날의 노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흰 캔버스에 물감을 자유롭게 흩뿌려놓은 듯 하면서도 물결처럼 부드러운 구름 아래에 보랏빛 음영이 져 있었다. 음영 주변에는 주홍빛이 하늘이 아스라히 번져있었고 음영에 물들어 막 지기 시작하는 구름이 점점 태양 뒤편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딱히 사진을 찍는 취미는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영원히 담아내고, 종종 꺼내어 기억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해가 지기 시작한 들판엔 아무도 없었고 너와 츠키시마, 오직 둘 뿐이었다. 사랑을 속삭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이었다.너희는 완벽한 순간에 헤어졌다. 츠키시마는 최근 들어 종종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았다. 너는 그런 모습을 자주.. 더보기
Distopia 어쩌면 그에게만은 처음부터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감정이라고는 얼굴에 하나도 묻어나지 않는 차가운 얼굴을 보며 카게야마는 늘 생각했다. 목줄을 차고 나타났던 깡마른 사내아이의 모습은 카게야마를 충분히 겁에 질리게 만들었지만, 그날만큼은 카게야마의 뇌리 속에 똑똑히 박혀있었다. 아홉 살의 여름, 츠키시마 케이와의 첫 만남이. "불편하지 않아?" "놀리는 거지?" 막 목욕을 마친 몸에 바디로션을 발라주는 츠키시마의 목줄을 가리키며 카게야마가 물었다. 퉁명스러운 대답에 카게야마는 하하 억지웃음을 지었다. 츠키시마는 여전히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11년째 카게야마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카게야마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가에서 독립하게 되었을 때에 츠키시마는 마치 짐처럼 따라붙었다. 처음부터 카게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