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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주새

집으로 가는 길

 “.

 

 츠키시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부 활동이 끝나고 소란스러운 부원들을 피해-늘 달고 다니던 야마구치마저-혼자 조용히 교문을 나서던 츠키시마는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

 

 카게야마는 츠키시마와 눈이 마주치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막 카레 만두를 한입 베어 물은 참이었다.

 

 “넌 왜 혼자 여기 있어?

 

 원치 않게 나란히 걷게 되자 츠키시마가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카게야마가 히나타처럼 다른 부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자신처럼 무리와 동떨어져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가 히나타나 다른 부원들을 피해 혼자 있는 이유를 금방 알아차렸다. 필시 손에 들려있는 카레 만두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이다.

 

 카게야마는 우물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는 카레 만두를 한입 더 베어 물며 물었다.

 

 “그러는 넌 야마구치는 어쩌고?

 “야마구치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 녀석 항상 널 쫓아다녔잖아.

 

 츠키시마의 대답이 조금 퉁명스러워졌다.

 

 “야마구치는 개인 연습하러 갔겠지.

 

 카게야마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야마구치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을 테니 츠키시마의 대답은 그에게 있어 큰 관심거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넌 왜 자꾸 이쪽으로 오는 건데?

 

 카게야마가 계속해서 자신과 같은 길로 걸어가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츠키시마가 짜증을 냈다. 안경에 가려진 미간에 깊게 주름이 패였다.

 

 “집에 가려면 이 길로 가야 하니까!

 

 흥분해서 소리치는 카게야마의 입에서 카레 만두 조각이 튀었다.

 

 “입에 음식 넣고 얘기하지 마, 제왕.

 

 제왕이라는 말에 카게야마는 더욱 흥분하여 츠키시마의 멱살을 잡으려 팔을 뻗었지만 츠키시마는 사뿐하게 피해버리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을 걸었다. 카게야마가 화를 낼 것을 알고 일부러 제왕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가 화를 내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카게야마가 츠키시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것만은 변하지 않고 쭉 이어졌다. 배구 실력은 날마다 진화하는 카게야마였지만 츠키시마의 빈정거림에 화를 내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그 변하지 않는 모습에 츠키시마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츠키시마는 목에 걸려있던 헤드폰으로 귀를 덮었다. 약이 오른 카게야마가 조금 뒤떨어져 걸어오며 시끄럽게 소리치고 있었다. 헤드폰을 쓰자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카게야마의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태양이 지평선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을이 점점 더 짙어져 하늘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반대편 하늘에서는 달이 빼꼼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밤하늘의 시작이 노을 빛과 섞여 경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츠키시마와 카게야마의 긴 그림자가 더 길고 가느다래졌다.

 

 츠키시마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역정을 내던 카게야마는 제풀에 지쳐 조용히 뒤따라오고 있었다. 카게야마의 손에는 누런색의 종이봉투가 들려있었다. 혼자 먹기 위해 욕심내던 만두를 다 먹지 못하고 결국 남기고 만 것 같았다.

 

 츠키시마와 시선이 마주치자 카게야마는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돌렸다. 카게야마와 집으로 가는 길이 겹친다는 것을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반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알았다. 츠키시마도, 카게야마도, 서로에게 배구를 할 때 필요한 것 이상으로 신경 쓰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제왕, 기말고사 준비는 잘 돼가?

 

 츠키시마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으며 카게야마를 다시 도발했다.

 

 도쿄 원정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거니까.

 

 카게야마가 이를 갈았다.

 

 괜찮겠어? 상태가 심각해 보이던데.

 

 말만 들어보면 친절하게 걱정해주는 것 같았지만 츠키시마는 즐겁워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딱히 카게야마가 원정을 가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도쿄 원정은 카게야마를 괴롭히기 좋은 거리 중 하나일 뿐이다. 카게야마는 무슨 일이 생겨도 도쿄에 갈 것이다. 츠키시마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카게야마를 비웃어주고 약오르게 하면 자신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하나로 길게 이어지던 길이 드디어 갈라졌다. 츠키시마와 카게야마는 각자의 길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석양은 이미 사라지고 밤 하늘에 달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츠키시마.

 

 그들의 거리가 더 멀어지기 전 카게야마가 츠키시마를 불렀다. 츠키시마는 그를 향해 날아오는 갈색 종이봉투를 받았다. 열기가 느껴졌다. 아직 만두의 열기가 식지 않은 모양이었다. 카게야마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카게만두가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내려다보던 츠키시마는 저도 모르게 카게야마를 불러 세웠다.

 

 어이, 제왕.

 

 인상을 쓰고 츠키시마를 돌아보는 카게야마의 얼굴에 네모난 무언가가 날아와 부딪혔다. 간신히 잡아낸 것은 츠키시마의 노트였다.

 

 하도 멍청해서 빌려주는 거니까.

 

 츠키시마는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다.

 

 여름이 시작하는 어느 날의 완벽한 하굣길이었다.